언제까지 대형산불을 바라만 보고 있을것인가?
우리나라 경북과 강원지역의 산들이 타 들어가고 있다. 이전의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2019년 고성산불의 피해규모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산불의 피해는 막심하다. 가장 먼저 산불피해지역 주민들의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며, 산불을 진화하기 위한 인력의 피해도 매우 심각하다. 다행히 이번 산불로 인해 주민들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진화인력의 소중한 생명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장기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진화대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는 점점 극에 다다르고 있다.
다음으로 생태계의 피해이다. 산림생태계는 육상 생태계 중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생태계이다. 산불은 이런 산림생태계의 모든 것을 일시에 빼앗아 간다. 대형 동식물은 물론이고, 조류와 곤충, 송이버섯과 같은 균류와 각종 미생물들이 한순간이 죽거나 피해지역을 피해 살아가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나마 동식물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복구되는 데만도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이 소요된다. 지역의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등의 피해도 심각하다 2005년 강원지역 산불로 인해 낙산사의 동종이 융해되는 사건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산불로 인해 위험에 처한 수많은 문화재와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은 어쩌면 한번 잃으면 다시는 되살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산불은 기후변화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산불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엄청나다. 광합성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여 바이오매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산림이 오히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고 할 때 기후변화에 의해 산불이 발생하고, 또 발생한 산불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산불이 전세계적으로 그 규모를 더욱 키우면서 발생하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산불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산불이 대형화되고 장기화되면서 많은 시민단체, 학자, 전문가들이 산불에 대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2022년 경북강원지역 산불이 다 꺼지지 않은 상태로 현재는 발생한 산불의 진화에 온 전력을 쏟아야 하지만, 산불에 대한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대응과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이제 건조한 봄철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우리의 산림이 산불의 위험에 계속 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산불 발생빈도를 보면 봄철과 가을철이 아닌 시기에 발생하는 산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산불의 피해 규모와 강도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모든 국가적 문제가 그렇듯 사회적인 합의가 있을 때 그 해결은 쉬어진다. 지금은 어찌보면 2022년 상반기의 가장 큰 이슈는 대선과 버금갈 정도로 산불의 이슈는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렇게 산불에 대한 전국민의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을 때 산불대형화의 원인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과학적인 진단과 조사가 필요하며, 그에 대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앞으로 더 심각해질 산불 위험에 대해 맞설 수 있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단연코 우리시대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위기”이다. 건조한 봄철의 날씨, 지역적인 강풍현상, 기후위기로 인한 숲의 건강과 활력도의 저하 등 기후위기부터 초래된 현상들이 현재의 산불의 주요 원인임은 분명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결국 우리 산림을 산불로부터 지키는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효과는 시기적으로 늦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산림을 보호해 나가야 할 대안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면적과 이용률, 탄소흡수율 측면에서 OECD국가들 중 수위에 있다. 이는 1960년대 이전 헐벗었던 민둥산을 신속히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선 결과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우리나라 산림은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경제개발을 통해 산림이 공장과 산업단지로 바뀌었으며 도시민이 살아갈 거주공간으로 전용되었다. 남아있는 산림도 산불이나 산사태와 같은 산림재해, 솔잎혹파리, 소나무재선충, 참나무시들음병과 같은 대형 병해충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이중 산불 문제는 가장 심각하다. 산림재해 중 산불이 가장 약탈적으로 산림을 모든 것을 앗아가며, 그 빈도도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림의 역사는 인공림 조성의 역사이다. 인공림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순환 주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나무를 심기는 했는데 사후관리가 매우 부족했다. 산림의 건강을 위해 숲가꾸기를 시행했지만 산림에서 잘려진 나무들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죽은 나무와 가지 및 낙엽들이 계속 산림에 쌓이게 되었다. 이런 산림내 부산물들은 평소에도 어린 나무들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며, 산불이 발생할 경우 산불의 연료로 사용되어 산불이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한다. 더욱이 이런 산림내에 방치된 부산물들을 효과적으로 수집하여 그 재질에 따라 목재나 바이오매스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탄소를 고정시키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가능한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생산하여 탄소중립에도 기여를 하고, 지역의 에너지자립, 일자리창출과 관련 산업을 진흥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왜 이런 상황들이 발생했을까. 무엇보다 산림관리를 위한 기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도는 산림을 관리하고 산불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기반시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산림의 전체적인 량은 세계 최고 수준에 위치해 있으면서 임도는 세계 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산림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번 산불에 대해 혹자는 국립공원과 비교하며, ‘산림관리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는 산불이 나지 않는다고 산림관리의 무용론을 펼쳐 나가지만 이는 팩트도 아니며, 문제의 일면만을 바라본 것이다.
일단 국립공원에도 산불이 발생한다. 2022년만 해도 소백산,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애초에 국립공원은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다양한 수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 지정된다. 따라서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동해안의 일반 지역과 국립공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해안의 산불지역은 지리적으로 건조한 지역으로, 이런 특성에도 잘 자랄 수 있는 소나무들이 번성하게 된 것이고,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식물에게 살기 좋은 습윤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수종들이 함께 자라고 있는 완전히 다른 지역이다. 관리의 측면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면적은 607,000ha이고 이중 육상국립공원이 397,300ha로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 6,300,000ha의 6%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립공원공단의 직원은 3,600여명이고 산림청의 직원은 1,600여명이다. 같은 수준의 관리를 기대할 수 있는가?
산불은 이미 전 지구적인 문제가 되었다. 거의 매년 발생하는 미국 동부연안의 산불과 대형산불로 악명이 높은 호주의 산불, 러시아의 시베리아 산불, 그리고 아마존 유역과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 등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에 따라 UN같은 국제기구나 국제 환경단체들도 다양한 산불관련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각 기구들이 가지는 다양한 입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다음 3가지의 공통된 대안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생태적인 산림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불에 가장 대항력을 가진 숲은 개별 나무가 건강하고, 초본류 및 어린 나무와 성숙한 나무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다층림(산림의 수직구조가 다양하게 층을 이루고 있는 숲)이면서,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침엽수와 활엽수가 같이 살고 있는 숲)이다. 이런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는 산림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산림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간섭을 이미 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해 수목의 건강성은 저하되고, 이에 따라 자연 고사된 나무나 가지와 잎 같은 부산물들이 산지에 산불의 연료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에 더해 불법 벌채나 남벌, 대기오염이나 산성비와 같은 인간의 간섭이 산림의 건강성과 활력도를 낮추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생태적인 산림관리 즉 산림의 밀도를 조절하여 산림의 수직적 구조를 튼튼하게 하고, 다양한 수종이 함께 자랄 수 있게 인공조림을 실시하며, 산불의 연료가 되는 과다한 고사목, 나뭇가지, 잎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일부는 이런 사업이 산림내 토양 유기물을 제거하여 산림의 황폐화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정밀하고 계획된 과정을 통해 이런 작업이 수행된다면 토양유기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하층식생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고, 산불에 강하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다층혼효림이 조성될 수 있다.
두번째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불의 1차적인 피해는 인근 주민들이 받는다. 따라서 거주지 인근지역에 산불을 방지하기 위한 숲가꾸기를 실시하여 산불의 원인을 차단하고 산불이 발생할 경우 쉽게 진화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및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평소에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주고 주민들이 이에 적극 호응한다면 산불의 예방 및 조기발견과 조기진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산불에 관한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림은 목재 수확 말고도 기후위기 대응, 수자원 함양, 생물다양성의 보존과 같은 공익적 가치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휴양과 교육 그리고 치유의 장으로 새롭게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산림의 가치는 그만큼 중요하고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불로부터 산림을 지켜내는 데에 국가의 자원을 과감히 투입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의 산림자원이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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