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로고와 나무
대학교의 로고는 대학을 상징한다. 따라서 각 대학들은 자신의 대학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다양하고 특색 있는 디자인을 통해 학교를 홍보한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의 로고들을 살펴보면 그 로고가 몇가지 유형을 보이는데, 먼저 동물이나 식물을 형상화 하여 학교의 정체성을 나타낸 경우 (고려대의 호랑이, 연세대의 독수리(심볼에는 없지만, 캐릭터에 존재), 성균관대 은행나무, 이화여대 배나무), 학교의 이름을 시각화 붙이는 경우 (서울대, 카이스트, 중앙대, 단국대, 국민대, 육사), 대학교의 大자를 형상화하는 경우 (경희대, 충남대) 진리를 수호하자는 의미에서 방패의 형상을 넣는 경우 (연세대, 충북대, 서강대, 부경대) 등이 있다. 여기서는 우리의 관심분야인 식물을 대학의 로고로 사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성균관대학교
성균관대학교는 학교로고가 은행잎 모양이다. 성균관 대학교가 은행잎을 학교의 심볼로 내세운 이유는 성균관의 본당인 명륜당 앞뜰에 마주서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 때문이다. 이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 전후로 추정되며, 문묘가 창건된 다음 심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균관대학교에서 단순히 학교내에 은행나무 노거수가 있다고 은행나무를 학교의 마크로 삼은 것은 아닌 듯 싶다. 성균관대학교의 모태인 성균관은 우리나라 유학의 본산이며, 유학의 성자 중 하나인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행단(杏壇)의 전통을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성균관 및 향교에는 모든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따라서 은행나무는 학자수로 널리 알려졌고, 우리나라 유학의 본산이라는 특징과 학생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특성에서 교목과 학교의 로고를 은행나무 잎으로 정한듯하다. 특히 명륜당은 임진왜란으로 전소되었지만, 이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명륜당의 전통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명륜당의 은행나무들이고 그 은행나무들이 성균관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은행나무는 2억년전부터 살아남은 화석나무로 그 강인한 생명력과 더불어 재질이 단단하고 병충해에도 강해 올곧은 선비의 기상을 잘 나타내는 나무이기도 하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동양쪽에서는 학업을 상징하는 나무로 인정받고 있어, 일본 최고의 국립대학인 동경대학의 교목도 은행나무이다. 참고로 이처럼 학업을 대표하는 나무로는 콩과의 회화나무가 있는데, 중국 고대에 회화나무를 심은 곳에서 한 나라의 정승 등 고급관료가 다수 나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성균관대 명륜관의 은행나무는 가지에서나는 뿌리인 유주(乳柱)로도 유명한데, 유주가 생기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보통 뿌리의 호흡만으로 부족한 호흡을 보충하기 위해 가지에서 나는 뿌리일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이런 뿌리줄기는 열대지방의 나무들에서는 매우 흔하고, 일본의 경우도 공중습도가 높아 은행나무에 유주가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사례를 찾기 힘들지만, 성균관, 선운사 등 오래된 은행나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교 이름자체가 이화(梨花)로 여기서 이화는 배꽃(배나무 꽃)을 의미한다. 이화라는 한자를 쓰는 다른 나무로는 자두 꽃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성(姓)중의 하나인 李자를 쓰는 李花가 있다. 이 자두 꽃 (순 우리 말로는 오얏꽃)은 대한제국 황실과 전주 이씨를 가문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하지만 벗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살구꽃 그리고 자두 꽃은 거의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가 왜 배꽃을 학교의 상징으로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대의 특성상 순결의 상징인 하얀 배꽃을 그 상징으로 삼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화여대에 실제 배나무는 없는 것 같다. 시민들이 직접 자연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네이쳐링앱에서 조사한 이화여대의 식물상을 보면 배나무는 이화여대에서 보이지 않는다. 배나무는 가로수나 정원수로 사용하기에는 관리가 힘들고, 잘 자라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화여대의 식물상을 살펴보면 배나무의 야생종이던 돌배나무와 같은 장미과이긴 하지만 마가목속에 속한 팥배나무와 그리고 역시 꽃이 비슷한 매실나무가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진짜 배나무는 없지만 배꽃과 비슷한 다른 나무들이 많으니 위안을 삼을 만은 하다. 어쨌든 배나무는 없지만 배꽃은 이화여대의 상징으로 이화여대나 그 주변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과잠이나 로고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이 다양하게 변형되어 이용되고 있다니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특히 여대의 경우 이화여대처럼 꽃은 로고의 배경으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최초로 여성 독립운동가가 세운 덕성여대의 경우 무궁화를, 동덕여대의 경우는 목면화(목화꽃)을 그 로고의 배경으로 삼고있다.
월계관이 심볼이 있는 대학교
경희대학교 | 월계관 형태가 아닌 월계수 잎을 나열한 서울여자대학교 |
대학교의 로고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는 단연코 월계수이다. 실제로는 이 월계수가 들어있다기 보다는 월계수의 가지로 만든 월계관이 들어 있는 건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대학들도 이 월계관을 학교의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하버드나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도 월계관을 그 로고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월계관의 유래는 고대 그리스시대에 올림픽 경기 우승자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에게 명예의 상징으로 씌운 것에서 유래되었지만 여기에 학문의 업적의 의미가 더해져 학문적 영예의 전당으로 나아가려는 학교의 의미로 학교의 로고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월계관의 형태로 사용하지만 서울여대의 경우 월계수를 이어 그린 형태도 띠고 있다.
월계관은 말그대로 월계수의 잎과 가지로 만드는데, 월계수의 학명은 Laurus nobilis으로 학명에서 조차 그 고귀함을 머금고 있다. 월계수는 지중해지역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로 좋은 향을 내어 허브와 향신료로 많이 사용되며, 나무 자체도 아름다워 조경수나 실내식물로 널리 재배되기도 한다. 월계수는 대표적인 난대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못하지만, 그 형제종인 녹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많이 자생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
해외에도 식물을 소재로 학교의 로고를 만든 사례는 많이 존재한다. 아래 예를 든 미국 스탠포드대학 (이 대학의 경우 이 나무를 스탠포드 가문비나무 (Standford Spruce)라고 부른다고 한다,), 일본 제2의 대학이라고 하는 교토대학의 녹나무, 그리고 인도네시아 보고르 농대 뿐만 아니라 오레곤 주립대학 (오레곤주가 미국에서도 산림, 임업으로 유명), 야자수 모양을 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등 많은 사례가 있다.
미국스탠포드대학 가문비나무 |
일본교토대학 녹나무 |
인도네시아 보고르농과대학 열대활엽수(?) |
나무는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부터 계속 있어왔지만, 인류가 생활하는 데에 꼭 필요한 자원으로 역할을 해왔다. 이런 나무의 역할들처럼 대학들이 인류에 꼭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나무를 로고로 삼고 그를 귀감으로 삼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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